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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가본것같은성지순례] 텔 이스르엘(Tel Jezreel)과 나봇의 포도원(Naboth’s Vineyard)

텔 이스르엘(Tel Jezreel)과 나봇의 포도원(Naboth’s Vineyard)

텔 이스르엘은 이스르엘 평야 위로 100미터 정도 솟아 있는 언덕이다. 이곳은 므깃도를 지나 벳샨으로 향하는 카랴반 상인들과 군사들의 움직임을 파악하는데 최적의 장소였다. 아합왕의 궁전터 텔 이스르엘에 올라 서쪽을 바라보면 엘리사 선지자가 활동했던 아풀라 마을, 북쪽에는 나사렛, 모레 언덕, 그리고 수넴이 보인다. 그 언덕의 동쪽 경사지 아래 평지에 나무들이 심겨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곳이 텔 이스르엘 샘물, 즉 나봇의 포도원이 있었던 곳이다. 이스르엘 사람 나봇은 텔 이스르엘 언덕과 맞닿아 있는 동쪽 경사지 땅의 소유주였다.

…. 그 후에 이 일이 있으니라 이스르엘 사람 나봇이 이스르엘에 포도원이 있어 사마리아 왕 아합의 궁에서 가깝더니 아합이 나봇에게 일러 가로되 네 포도원이 내 궁 곁에 가까이 있으니 내게 주어 나물 밭을 삼게 하라 내가 그 대신에 그보다 더 아름다운 포도원을 네게 줄 것이요 만일 합의하면 그 값을 돈으로 네게 주리라 (왕상 2:1-2)

길보아 산의 북쪽 산아래 위치한 하롯샘에서 차로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해 있는 나봇의 포도원은 기원전 9세기 아합왕의 겨울 궁전이었다. 아합왕은 겨울에는 따뜻한 이스르엘 궁전에서 지내고, 여름에는 산악지형에 속한 사마리아 궁에 살았다. 아합의 아버지 오므리는 다윗왕을 모델로 삼아 새로운 도시로 사마리아 산을 북왕국 수도로 삼았다. 오므리의 아들 아합은 다윗의 아들 솔로몬이 예루살렘 성전을 건축했던 것처럼 사마리아 왕궁에 신전을 건축했는데, 그것이 바알의 사당이었다 (왕상 16:32). 아합은 또한 자신의 나라 북왕국 이스라엘을 아내 이세벨과 공동 통치했던 왕으로 유명하다. 아내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아합왕 시대의 북왕국 이스라엘은 바알신 숭배 사상이 극에 달했다.

온 천지에 바알을 극심하게 섬겼던 아합의 왕국은 3년 동안 비가 안왔고, 하나님께서 보내신 선지자 엘리야가 기도하니 하늘에서 불이 떨어졌으며, 엘리야는 바알신을 섬기던 우상숭배자 400명을 기손강에서 죽였다. 그 이후 3년 가뭄을 한번에 끝내는 많은 비가 내렸을 때 아합이 마차를 타고 이스르엘로 갔는데, 그곳이 나봇의 포도원과 붙어있던 이스르엘 궁전이었다.

이스르엘 평야

조금 후에 구름과 바람이 일어나서 하늘이 캄캄하여지며 큰 비가 내리는지라 아합이 마차를 타고 이스르엘로 가니 (왕상 18:45)

이스라엘 최대의 곡창지 이스르엘 평야와 맞닿아 있는 그의 궁전은 동쪽으로 향하면 벳산을 거쳐 요르단으로 나아갈 수 있고, 북쪽으로 올라가면 시리아로 갈 수 있는 교통의 요지에 위치했었다. 위치도 좋고 경제적으로는 더할나위없이 좋았던 이스르엘 궁전에서의 삶은 아합에게 만족함을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딱 한가지 아쉬운 점은 궁전과 붙어있는 나봇의 포도원이었다. 아합은 나봇의 포도원을 사서 채소밭을 만들기를 원했다. 하지만 나봇은 하나님을 경외하고 말씀에 순종해서 살기를 원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아합에게 죽기를 각오하고 이렇게 말했다.

….내 열조의 유업을 여호와께서 금하실찌로다 (왕상 21:3)

땅에 대한 소유는 하나님과 맺은 언약의 선물이었다. 땅은 지파에게 분배되어서 친족에게 전수되고, 가족이 물려받았다. 땅이 상징하는 바는 하나님의 약속과 축복이었다. 아합왕이 다른 땅과 바꾸자고 해도, 혹은 그 땅을 억만금으로 바꿔준다고 해도 나봇에게는 거래가 안 되는 품목이었던 것이다.

토지를 영영히 팔지 말것은 토지는 다 내 것임이라 너희는 나그네요 우거하는 자로서 나와 함께 있느니라 (레 25:23)

즉 땅은 하나님의 것이었고, 권력과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

이에 아합은 근심하고 답답하여 침상에 누워 식사도 하지 않았다. 그때 이세벨이 남편에게 그 포도원을 왕에게 주겠다고 약속한다.

내가 이스라엘 사람 나봇의 포도원을 왕께 드리리이다 (왕상 21:7)

비록 바알신을 섬겼지만 명색이 이스라엘의 왕이라 말씀으로 논리를 세우는 나봇에게 아합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레바논의 시돈왕 엣바알의 딸 이세벨에게 이스라엘의 모든 땅은 절대 권력을 가진 왕에게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왕후의 입장에서는 왕에게 바른 말을 하는 자는 살려둘 수가 없었다.

이세벨은 나봇이 왕을 저주했다는 거짓증언을 만들어냈고,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살려고 했던 농부 나봇은 결국 돌에 맞아 죽임을 당했다 (왕상 21:13). 이세벨은 나봇이 돌에 맞아 죽었다 함을 듣고 아합에게 말했다.

일어나서 그 이스르엘 사람 나봇이 돈으로 바꾸어 주기를 싫어하던 포도원을 취하소서 나봇이 살아 있지 아니하고 죽었나이다 (왕상 21:15).

나봇의 포도원 때문에 밥도 먹지 않고 침대에서 누워있던 아합은 나봇이 죽었다는 아내의 말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나봇의 포도원을 취하러 그곳으로 내려갔다. 나봇을 죽인 자는 자신이 아니었지만, 그는 아내를 통하여 간접 살인을 저지른 것이었고, 하나님의 땅과 언약을 깨버린 것과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이때 여호와의 말씀이 디셉 사람 엘리야를 통하여 아합에게 선포된다.

여호와의 말씀이 ….너를 쓸어 버리되 네게 속한 남자는 이스라엘 가운데 매인 자나 놓인 자를 다 멸할 것이요이세벨에게 여호와께서 말씀하여 가라사대 개들이 이스라엘 성 곁에서 이세벨을 먹을찌라 (왕상 21:21-23)

이스라엘의 왕앞에서도 마땅히 해야할 말을 했던 나봇은 믿음을 지킨 위대한 신앙인들 중의 한명이 되었지만, 하나님의 언약을 멸시하던 아합과 이세벨은 비참한 죽음을 맞았고, 악하고 악한 자들의 대명사가 되었다.

텔 이스라엘 성읍에서 바라본 나봇의 포도원

글, 사진_이호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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